여성들은 어떻게 디즈니 공주를 현대화했는가

여성들은 어떻게 디즈니 공주를 현대화했는가

출처: 버즈피드 “How Women Modernized The Disney Princess

원게시일: 2016년 12월 9일

 

지난 여름 <모아나>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폴리네시아 소녀의 이미지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즉각적으로 주인공 모아나의 현실적이고 다부진 신체에 주목했다. <모아나>를 론 클레멘츠와 함께 감독한 존 머스커는 7월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모아나에게 차별점을 주려는 마음이 담긴 의도적인 시도”라면서 “우리는 모아나가 액션 영웅이 되기를 바랬다”고 설명했다.
머스커 감독은 근육질 몸이 모아나를 차별화한다고 보지만, 일부 디즈니 팬들에겐 그런 선언이 그리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감독이자 작가인 브렌다 채프먼은 2012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화살을 쏘는 주인공 메리다에 대해 “실제 소녀를 원했다”면서 “아무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팔과 허리, 다리가 가느다란 소녀가 아니라 운동선수 같은 소녀를 원했다”고 말했다. 채프먼은 <메리다>가 동화의 관습을 뒤집었다고 설명한다.
그보다 14년 전, 뮬란의 성우 밍나웬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신데렐라의 정반대”이며 “(뮬란은) 드레스가 아니라 갑옷을 입는다”고 묘사한 바 있다.
디즈니 여주인공이 이전 여주인공들과는 다른 노선을 취했다는 주장은 1989년작 <인어공주>의 당찬 공주 에리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이다. 머스커와 함께 <모아나>와 <인어공주> 등 다양한 디즈니 영화를 제작한 론 클레멘츠 감독은 1990년 스크립츠하워드뉴스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리얼의 붉은 머리색에 놀란 사람들도 있다면서도 “우린 (머리색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에리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공주는 그 이전의 공주들과는 다르다’는 말은 동물 친구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님만큼이나 디즈니 공주 공식에 꼭 필요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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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 스토리 및 개발 아티스트 수 니콜스의 초기 스케치 (Courtesy of Sue Nichols; Walt Disney Co. / Courtesy Everett Collection)

그러나 뮬란의 아름다운 근육이나 모아나의 활동적인 몸매는 문자 그대로 이들의 ‘형태’를 빚어낸 은막 뒤의 여성들이 아니고서는 영화관에 걸리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머스커는 7월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모아나에 대해 “우리 제작자를 비롯해 이 영화의 여성 관계자들은…’말벌처럼 허리가 잘록한 여성은 안된다. 더 현실적인 몸의 형태를 주자. 바람이 세게 불어도 날아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자’고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물론 어떤 디즈니 여주인공도 공주 공식을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에리얼 이래로 공주들은 매번 규칙을 조금씩 굽혀오기는 했다. 그리고 디즈니가 캐릭터를 더 똑똑하고 용감하고 독립적으로 만드는 변화를 추구해온 것은 디즈니 내부 여성들의 역할이 크다. 디즈니가 내부적으로 공주 영화들이 여자아이들에게만 소구력이 있는지 논하기 시작했을 때 나타나, 공주의 의미를 뿌리부터 뒤흔들며 주인공을 21세기 여성으로 탈바꿈시켰던 여성 부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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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브렌다 채프먼 / Jeff Singer for BuzzFeed News

월트 디즈니가 사망한 1966년부터 1980년대 말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소위 ‘9인의 노장(Nine Old Men)’이라고 불리는 20-30년대에 입사한 영향력 있는 감독들이 은퇴(혹은 사망)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등장해 이들을 대체한 신진 감독들은 여전히 대부분 백인 남성이기는 했지만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게 된다.
1980년대까지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부문에는 큰 변화를 이끌어낼만한 힘이 있는 여성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80년대 대부분이 지나도록 애니메이션 작업이 이루어지기 전에 시각적으로 장면을 구성하는 ‘스토리 아티스트’ 중에는 여성이 전무했다. ‘파이프라인’ 문제(역주 – 주로 IT 분야에서 낮은 여성 고용율의 원인을 관련 전공자 수급에서 찾으려는 비유)가 있었다. 1979년 디즈니를 퇴사한 돈 블루스 감독이 차린 ‘돈 블루스 프로덕션(Don Bluth Productions)’에 7명의 여성 아티스트를 빼앗겼던 것이다. 그렇게 디즈니를 빠져나간 인물 중 하나인 로라 쿡은 블루스가 당시 디즈니에서 적극적으로 여성을 승진시키던 몇 안 되는 감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987년 <인어공주> 초기 제작 단계에서 디즈니는 젠더 균형에 있어 작은 발걸음을 뗐다. 그리고 이 발걸음은 박스오피스 성공으로 그 가치를 톡톡히 증명했다. 채프먼은 미대를 갓 졸업하고 스토리 수습생으로서 디즈니에 입사했다. 채프먼은 자신을 고용했던 남성이 내려다보는 말투로 “당신이 여자라서” 이 일을 하게 됐다는 말을 내뱉었다고 회상(링크)한 바 있다. 이후 채프먼은 디즈니 스토리 부문의 수장이 되었고 <라이온킹>의 블록버스터급 성공을 이끌었으며, 작가이자 감독으로 <메리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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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이 그린 <인어공주>를 대표하는 장면 / Walt Disney Pictures

<인어공주>의 엔딩 크레딧에 오른 7명의 스토리 아티스트 중 여성은 채프먼 단 한 사람에 불과했다. 입사시기가 가장 늦었던 채프먼은 에리얼이 해변의 에릭 왕자를 지켜보며 ‘저 세상의 일부(Part of Your World)’를 반복(리프라이즈)해 부르는 부분을 스케치하는 임무를 맡았다. 채프먼은 짝사랑에 빠진 어린 인어공주 에리얼 뒤로 파도가 부서지는 장면을 그렸고, 이는 <인어공주> 전체를 대표하는 장면이 되기도 했다.
에리얼의 가장 큰 적인 바다마녀 우르술라 애니메이션화를 맡은 케이시 지엘린스키는 “9인의 노장이었다면 에리얼은 굉장히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리얼은 인간 왕자를 쫓아 바다를 떠나기까지 하는 결연한 젊은 여성이다. 극도로 순응적인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 등 이전의 주인공과는 대조적으로 조개껍데기 비키니를 입은 빨강머리 에리얼은 아버지를 거스르는 호기심과 반항의 화신이다. <인어공주> 스토리 아티스트였던 에드 곰버트는 “월트 디즈니 때와는 시대가 달라졌으니 에리얼도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본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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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메이터인 케이시 지엘린스키 / Emma McIntyre for BuzzFeed News

제임스 B. 스튜어트의 책 <디즈니워DisneyWar>에 따르면 디즈니 임원진은 <인어공주>가 어린 소녀들에게만 인기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우려가 무색하게 <인어공주>는 1989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 중 하나가 되었고 음악으로 아카데미 상을 두 개나 받기도 했다. <인어공주>는 대체로 성공적이었지만 머스커 감독 자신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에리얼이 왕자 없이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부 여성들에게 타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의 상영회에서 한 관객이 제작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충분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추궁해 클레멘츠와 머스커가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LA타임즈의 보도도 있다. (해당 기사 작성 과정에서 클레멘츠와 머스커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디즈니의 다음의 공주 영화는 타인에게 오해 받는 왕자가 독서광 벨을 성에 가두면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 화려한 뮤지컬 영화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였다. 디즈니는 <미녀와 야수> 제작을 위해 시나리오 작가 린다 울버톤을 영입했다. 아직도 디즈니 대표 시나리오 작가인 울버톤은 1992년 <미녀와 야수> 개봉에 즈음하여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상부에서 비난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디즈니는 내가 여성인만큼 성차별적인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울버튼은 채프먼과 작사가/제작자인 하워드 애쉬먼과 함께 다면적인 여성 히로인 벨을 만들어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울버튼은 젠더 문제에 대해 더 민감해져야 한다는 비전이 있었다. 당시 디즈니에 근무했지만 <미녀와 야수>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지엘린스키는 한 남성 스토리 아티스트가 자신에게 조언을 구했던 일을 회상했다. 벨이 포로로써의 삶을 받아들이는 장면에서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울겠냐”고 물었던 것이다. (지엘린스키는 울기는 하겠지만 펑펑 울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채프먼은 벨이 야수에게 붕대를 감아주며 야수의 잔인성에 맞서는 장면의 스토리보드를 그렸다. 분노한 벨이 “당신은 성질을 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야수는 침묵 속에 빠진다. 채프먼이 둘의 충돌을 그린 스토리보드를 제시했을 때 함께 스토리 작업을 하던 10명의 남성들은 열렬히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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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의 야수와 벨 / Buena Vista Pictures / Courtesy Everett Collection

그러나 한계를 밀고나가는 일이 전부 이처럼 쉽지는 않았다. 울버튼은 2016년 5월 엔터테인먼트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벨의) 대사 한 줄 한 줄이 전부 전쟁이었다”고 회상한다. 잔인한 새어머니 밑에서 하녀라는 운명에 쾌활하게 순응하는 신데렐라와는 달리 벨은 자신을 잡아 가둔 야수의 면전에서 소리친다. 울버튼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여성 주인공을 희생자로 그리는 개념이 이미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는 것을 꼽는다. “난 60, 70년대의 여성 운동을 거쳐온 사람이고 이 똑똑하고 매력적인 여성 주인공 벨이 왕자가 오기를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조용히 견뎌내고 그저 순수한 장미만을 원한다고? 이렇게 심한 학대를 겪으면서도 착한 마음을 유지한다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미녀와 야수>의 시각 효과에 관여했던 수 니콜스는 버즈피드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벨에게 여성 친구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자신이라고 언급한다. 이는 나중에 포트 부인 캐릭터로 이어졌다. 니콜스는 벨이 야수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느낌을 받으려면” 여성의 지지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돈 블루스 프로덕션’에서 수 년간 일한 후 다시 디즈니에 돌아온 로라 쿡은 마지막 장면에 벨이 인간으로 변한 야수를 부드럽게, 머뭇거리며 어루만지는 모습을 애니메이션화할 때 자신의 사진을 찍어 참고했다고 말한다. 7명으로 이루어진 벨 에니메이션 팀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던 쿡은 “여성의 형태”를 그리는 것이 편안했다고 설명한다.
울버튼은 1992년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로서는 대담하게 “벨은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면서 “90년 대의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벨은 왕성하게 책을 읽어치우는 독서가이며 “시골 생활” 이상의 것을 원한다. 악역 개스통은 벨의 저항에도 구애를 멈추지 않는 무례한 여성혐오자다. <미녀와 야수>는 여전히 사랑 이야기지만 벨은 자랑스러운 비혼 여성의 방향으로 한 발 나아간 캐릭터다. 그리고 벨을 그쪽으로 움직인 것은 여성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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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메이터이자 스토리 아티스트 로라 쿡 / Emma McIntyre for BuzzFeed News

그 다음에 등장한 두 명의 디즈니 여주인공인 자스민과 포카혼타스는 다소 부침을 겪었다.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는 아랍 시민단체로부터 여러 비판을 받았고 그 중에서도 주요 인물들은 시각적으로 백인화(whitewashing)하는 반면 악역들은 외모와 말투에 “민족적” 특성을 강화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알라딘>의 스토리 아티스트였던 레베카 리스는 <알라딘> 제작 당시 아랍 남성(혹은 여성) 아티스트를 참여시키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기억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스민은 아버지 술탄의 바람과는 상관 없이 자신이 원하는 남편감을 찾으려 하는 인물이다. (자스민은 주인공이 아니고 주인공이 사랑하는 상대이기는 하지만 공식 디즈니 프린세스에 포함되어 있다. 이 기사에서는 실제 왕족이 아니거나 공식 디즈니 프린세스가 아닌 경우도 공주로 다루고 있다.)
자스민이 아버지 술탄에게서 받는 애취급과 압박은 에리얼보다도 더 심하게 그려진다. 또 자스민은 영화 속에서 남성 특권 의식(male entitlement)에 대해 분노하기도 한다. 알라딘과 자스민의 아버지, 자파가 자스민의 결혼 상대를 논하자 자스민은 “다들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그런 식으로 서서 제 미래를 결정하려 하시다니. 저는 우승 상품이 아니에요.”라고 소리친다. <알라딘> 크레딧에 오른 16명의 스토리 아티스트는 단 두 명에 불과했다. 그 중 한 명이었던 리스는 정원에서 술탄이 새로 가득 찬 새장 속에 비둘기를 집어넣자 자스민이 충동적으로 새장을 열어 새들을 더 넒은 세상으로 풀어놓는 장면에서 아버지와 딸의 충돌하는 욕망을 시각적으로 그리려 했다고 설명한다. 리스는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자스민이 원하는 건 자유라는 걸 그렇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알라딘>은 지니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직접 결정하고 싶어하는 여성 자스민을 그린다.
<알라딘>의 두 번째 여성 스토리 아티스트인 니콜스는 자스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파를 유혹하는 장면에 참여했다. 지니가 마법을 통해 자스민을 억지로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자파를 속이기 위해 자스민은 자파의 치아 사이에 있는 “작고 귀여운 틈”을 노래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자신을 구하려는 알라딘의 노력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리스는 “자스민은 해야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똑똑한 여성”이라고 설명한다. 궁극적으로 “왕자님”이 자스민을 구해내지만, 그 과정에서 자스민의 도움이 들어가는 것이다.
<포카혼타스>는 세상의 통념에 저항하는 똑똑하고 능력 있는 젊은 여성을 그리는 데 <알라딘>보다도 한 발 더 나아간다. 17세기에 배경을 두고 있는 <포카혼타스>에서 여주인공은 식민지 개척자와 사랑에 빠져 사형 위기에 놓인 그를 구해내고 그 과정에서 무장 충돌을 막아낸다. 그러나 <포카혼타스>의 서사는 전형적 이미지(stereotype)과 역사적 왜곡을 통해 이루어진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포우하탄 족 문화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 셜리 ‘작은 비둘기’ 커스타로우 맥고웬이 <포카혼타스>를 비판한 것은 유명하다. 1995년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맥고웬은 디즈니가 자신을 오도했다면서 “우리 민족은 우리 이야기가 이미 너무 왜곡되었기에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포카혼타스>의 크레딧에 오른 스토리 아티스트는 전부 남성이었으며 그 중에서 미대륙 원주민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주인공 포카혼타스를 그린 17명의 애니메이션 팀에도 여성은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렇지만 주목을 받지는 못해도 꼭 필요한 ‘청소’ 팀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청소 팀은 거친 스케치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청소 팀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에밀리 줄리아노는 팀의 역할이 “(애니메이터들의) 작품에서 좋은 부분을 보존하고 이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청소 팀은 여러 가지 오류를 잡아낸다. 줄리아노는 특히 포카혼타스가 숨을 들여마시자 넓은 가슴이 위로 치솟다가 (다시 내려오는 게 아니라)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실수를 고친 적이 있다고 회상한다. 포카혼타스의 가슴이 제대로 붙어 있도록 확인한 것은 청소 팀의 공이었다.

식민 지배에 대한 유해한 신화를 공고하게 하기는 했지만 <포카혼타스>가 디즈니 공주 역사상 처음으로 결혼 없이(실제로 결혼식을 보여주건 암시하건 간에) 끝난 영화라는 점은 언급할 만하다. 포카혼타스는 남자 대신 자신의 공동체를 선택한다. 부상을 입은 존 스미스가 같이 유럽에 가자고 제안하지만 포카혼타스는 이를 거절하고, 영화는 포카혼타스가 배를 타고 자신의 삶에서 멀어져 가는 스미스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끝난다.

인종적 재현에 있어 나쁜 성적을 받아든 디즈니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 1998년작 <뮬란>에서는 확연히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뮬란>은 젊은 여성인 뮬란이 남장을 하고 아버지 대신 중국군으로 참전하는 영화다. <뮬란>의 제작자 팸 코츠는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디즈니가 영화에서 묘사되는 인종 집단의 일원을 제작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폈다고 설명한다. 특히 선구적인 캐릭터 디자이너 첸이 챙(Chen-Yi Chang)과 시나리오작가 리타 샤오(Rita Hsiao)가 팀 저변 확대를 도왔다. <뮬란> 비주얼 개발에도 참여했던 니콜스는 이메일을 통해 “<뮬란>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기 시작할 때쯤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인종적 특성이 디자인에 드러나도록 해야한다는 지시를 실제로 받았다”고 밝혔다.
비주얼 개발팀으로 참여했던 캐롤라인 허는 여성적이고 예쁘면서도 남성 군인으로 여겨질 만한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설명한다. 허는 뮬란이 “남성의 갑옷을 입어야만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뮬란은 남성의 세계에서 살아야만 했던 소녀다. 즉 여성적인 캐릭터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게 남성적인 일을 하는 소녀를 어떻게 여성으로 그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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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을 입은 뮬란. Buena Vista Pictures / Courtesy Everett Collection

허는 이런 난점 때문에 뮬란은 디즈니 프린세스 상품화에서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고 설명한다. 보통 판매되는 뮬란 인형은 뮬란이 영화 내내 입고 있는 갑옷이 아니라 여성적인 옷이 입혀져 있다는 것이다. 허는 “뮬란은 소녀틱하지 않다. 전반적으로 디즈니에게 가장 까다로운 지점이다”라면서 “현재 상품들을 보면 뮬란은 다른 ‘진짜’ 공주들처럼 강조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다른 공주들이 “진짜” 공주라는 신호를 보냈던 것은 로맨스였지만, 뮬란과 샹의 관계가 비중이 적었던 것은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코츠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결혼의 가능성을 제외했다고 설명한다. “끝났다고 도장을 꽝 찍기 위해, 깔끔하게 포장한 듯한 인생을 위해 뮬란이 결혼을 하는 식의 영화는 싫었다”면서 코츠는 “뮬란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코츠는 <뮬란> 제작 당시 여성 스토리 아티스트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한다. 로나 쿡이 디즈니를 떠난 이후 남아 있는 스토리 아티스트들은 전부 남성이었다. 코츠는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몸의 형태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남자들 속에 파묻혀 긴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런 점이 두드러졌던 장면은 군인들이 뮬란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될 때였다. 뮬란은 의사의 진료를 받으며 여성이라고 밝혀지는데, 영화 화면 상으로는 뮬란의 벗은 몸이 비춰지지 않는다. 남성 아티스트들의 초기 스케치에서는 “뮬란이 전체 (부대) 앞에서 여성이라는 게 밝혀졌다. 그건 너무나 모욕적으로 느껴졌다”고 코츠는 회상한다. 1998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코츠는 초기 버전에서는 뮬란의 상급자가 사람들 앞에서 뮬란의 옷을 벗겨내는 장면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코츠는 당시 “남자들은 전부 이게 여성들에게 모욕이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코츠 덕분에 최종 버전에서는 뮬란의 정체가 거의 사적인 상황에서 밝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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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개발 아티스트 수 니콜스의 티아나 플레이스 광고. Courtesy of Sue Nichols

<공주와 개구리>는 전세계적으로 총 2억 6,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이는 디즈니에게는 흥행 실패로 간주되는 성적이다. 또 이런 미적지근한 성적을 낼까 우려한 나머지 디즈니는 <라푼젤>에서 남자 캐릭터 플린의 역할을 늘렸고 남자 아이들이 너무 ‘여자애’ 같다는 이유로 영화를 멀리하지 않도록 원제를 라푼젤Rapunzel에서 탱글드Tangled로 바꾸기까지 했다. 디즈니 공주 영화가 다른 관객층을 쫓느라 정작 소녀들에게 매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디즈니 에니메이션 부문을 이끌던 에드 캐트멀은 2010년 시카고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제목을 ‘탱글드’로 바꾸는 것은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답했다. 캐트멀은 “여자아이들만을 위한 동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면서 디즈니는 “모두가 즐거워하고 사랑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플린은 분명히 주인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플린의 보이스오버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A.O.스콧의 비평은 “각진 턱을 가진 라푼젤의 연인 플린이 공주 이야기를 이렇게 일시적으로 납치하는 것은 냉철한 상업적 계산으로 보인다”면서 “관객석에 있는 불안해하는 소년들에게 ‘여자애’ 같은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말하는 신호”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2012년작 <메리다와 마법의 숲Brave>에서는 마침내 디즈니 공주영화가 왕자를 버리게 된다. 채프먼이 아이디어를 내고 감독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메리다는 이전의 여러 디즈니 공주들과 마찬가지로 정략 결혼을 거부한다. 그러나 메리다는 자스민이나 뮬란처럼 궁극적으로는 부모님도 받아들일 만한 다른 결혼 상대를 찾는 식으로 해피엔딩을 맞지 않는다. 메리다는 엄마랑 화해를 한 후 모든 구혼자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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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메리다. Disney / Pixar

<메리다>는 첫번째 장면부터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비판한다. 영화를 여는 것은 활쏘기를 좋아하는 메리다에게 “숙녀”를 기대하는 엄마다. 이후 메리다는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한 활쏘기 대회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몸을 꽉 죄는 실크 드레스의 소매와 등 부분을 찢은 메리다는 활쏘기로 모든 구혼자를 제친다.
채프먼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소녀틱한 공주의 틀을 깨고 싶었다”면서 “그런 관념과 싸우는 공주, 그건 아니라고 말하는 공주, 자신을 변호하고 자신의 본질을 지켜내기 위해 싸울만큼 자존감이 강한 공주, 그러면서도 약점이 있는 공주를 원했다”고 설명한다. 채프먼의 지휘 아래 픽사의 기술팀은 머리카락을 에니메이션화 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메리다의 빨간 곱슬머리는 성격만큼이나 제멋대로다. 또 메리다 이전 대부분의 디즈니 공주와는 달리 메리다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다. 메리다의 아버지는 중간 중간 긴장을 해소하는 코믹한 요소일 뿐이다. 채프먼은 “모녀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원했다”면서 “에리얼과 벨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 최초로 디즈니 에니메이션을 감독한 채프먼은 두 번째 여성 감독인 제니퍼 리가 등장할 길을 닦아 주었다. 제니퍼 리가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으로 참여한 2013년 작 <겨울왕국Frozen>은 두 자매의 관계를 다뤄 세계적으로 대흥행을 이뤄냈다. 로맨스는 서브플롯에 불과한 이 영화를 블록버스터급 흥행작으로 만든 것은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였다. (그럼에도 디즈니는 여성 캐릭터들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홍보 영상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의 감정적인 클라이막스는 안나가 오랫 동안 사이가 멀어졌던 언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장면이다. 안나는 자신의 목숨을 구할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받으러 절뚝거리며 향하는 대신 언니를 죽이려는 영화의 악당과 언니 엘사 사이에 몸을 던진다. 그 결과 안나는 얼음으로 변하지만 놀랍게도 중요한 건 남자의 사랑이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엘사가 얼어붙은 동생 안나를 껴안고 울기 시작하자 진정한 자매애의 포옹 덕분에 저주가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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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집중하는 브렌다 채프먼, 에밀리 줄리아노, 케이시 지엘린스키의 사진 (좌측부터 순서대로). Courtesy of the artists

남편 로버트와 함께 겨울왕국 삽입곡을 작곡한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열풍을 불러온 노래 ‘렛잇고(Let It Go)’가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가지고 힘을 발휘하라고 말하는 주제가”라고 설명한다. 이 노래를 듣고 나서 영감을 얻은 리 감독은 시나리오를 새로운 방향으로 틀게 된다. 본래 뿌리와는 굉장히 먼 방향이었다. 스튜어트의 저작 ‘디즈니워’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2003년 초기 제작 단계에서는 (한 여성 임원의 말을 빌리자면) “한 못된 년(a terrible bitch)”에 대한 영화였다.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의 동화 원제대로 ‘눈의 여왕(The Snow Queen)’을 제목으로 사용했던 당시에는 마음이 냉담하고 악독한 엘사가 자신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을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렛잇고’를 듣고 난 후 리는 엘사를 엄청난 마법의 힘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모르는 강력하면서도 불완전한 여성으로 재구성했다. 스크립트노트와의 인터뷰에서 리는 “어떤 날엔 작은 종이 한 장을 들고 ‘자 이게 안나다. 이게 안나의 여정이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그거다. 자, 이건 엘사다. 이건 엘사의 여정이다’라고 한 적도 있다”고 회상하면서 그게 “이 영화의 주제고 내가 이 영화를 만들고 싶은 이유다”라고 다짐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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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클라이막스 장면의 엘사와 안나. Walt Disney Pictures

연속으로 백인 공주를 내놓았던 디즈니는 마침내 <모아나Moana>를 공개했다. 인종, 문화적 재현에 기하는 노력을 한 차례 더 강화한 디즈니는 마오리 족 출신 시나리오 작가 겸 감독인 타이카 와이티티를 채용했지만 와이티티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를 거절하게 된다. (최종 필름 크레딧에는 와이티티가 시나리오 작가로 올라 있지 않다.) <인어공주>, <알라딘>, <공주와 개구리> 등에서 재현 문제로 논란을 빚은 디즈니로서는 클레멘트와 머스커에게 감독을 맡기는 것에 위험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클레멘트와 머스커 감독은 폴리네시아 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제작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모아나>가 분리된 토착 문화를 무턱대로 차용했다는 비판이 일었으며, 폴리네시아 원주민 영화를 디즈니가 만드는 것에 대한 식민주의적 의미를 고찰하는 시각도 있었다.)
<모아나>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사랑 이야기는 암시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아나는 그저 자신의 섬을 지키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똑똑하고 강한 소녀이며 그녀의 몸은 현실적이고 성적 대상화가 되어있지 않다. <모아나>는 디즈니의 이전 공주 영화에서 여성들이 이룩해 놓은 모든 것의 총집합이다. <모아나>는 벨과 티아나의 지성과 야망, 뮬란과 메리다의 실제 인간에 가까운 몸, 포카혼타스의 공동체에 대한 사랑, <메리다>와 <겨울왕국>에서 시도된 로맨스에 대한 거부가 합쳐져 있다. <모아나>를 제작한 오스냇 슈러는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전 단계를 통틀어 사랑 이야기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면서 “끼어넣을 자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모아나의 성별은 거의 부차적인 문제다. 미래 지도자라는 모아나의 위치에 누구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모아나가 드넓은 바다로의 모험을 꿈꿀 때 부모님이 질겁을 하는 건 단순히 위험하기 때문이지 ‘여자애한테는’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다. 슈러는 초기 버전에서 모아나가 성별에 관련된 장벽에 맞닥뜨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원한 방향이 그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공동 에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에이미 로슨 스미드는 디즈니 여주인공에게 기대되는 육체적 특징에서 벗어나 모아나의 활동성에 집중했다. 비록 스미드와 직접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지만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와의 인터뷰를 보면 스미드는 에니메이션 팀에 모아나의 뛰는 모습이 “더 활동적”이고 “더 자신감에 넘쳐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말한다. 모아나가 덩치가 산만한 반신반인 마우이의 귀를 움켜쥐고 “넌 내 영웅이 아니야”라고 씩씩 댈 때 모아나의 강인한 이두박근이 수축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작 <겨울왕국> 때만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던 결혼이 들어가지 않는 플롯과 허리가 가느다랗지 않은 공주를 상상할 수 없던 디즈니임을 고려할 때 모아나는 기념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레멘츠는 모아나를 지난 디즈니 여주인공들과 극명하게 대비하려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다. 클레멘츠는 타임 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아나를) 공주 이야기와는 다른 전통을 따르는 영웅기이자 성장영화라고 봤다”고 설명한다. 이런 말은 단순히 클리셰일 뿐만 아니라 현 시점에선 환원주의적이기까지 하다. 프로즌에서 안나 역을 맡은 크리스틴 벨은 2013년 인터뷰에서 서투른 구석이 있는 안나가 “공주 관념에 반하는 공주”라고 설명한다. 이어 벨은 안나가 “말이 너무 빠르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 나오며 우아하지도 않지만, 대담하고 끝없이 낙관적”인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여성 캐릭터들은 너무도 세세하게 분류된 나머지 서투름과 전복이 동일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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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에서 마우이에게 자신의 배에 오르라고 명령하는 모아나. Walt Disney Co. / Courtesy Everett Collection

지난 세월 동안의 변화는 각각의 공주들이 그 이전의 공주를 옭아맸던 모든 것을 거부하는 식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아리엘부터 시작해 공주들은 점점 더 인간처럼 변해왔다. 제작에 참여하는 실제 여성의 수가 늘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아리엘, 벨,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 티아나, 라푼젤, 메리다, 안나, 엘사, 그리고 모아나는 각각 뚜렷한 특성을 갖고 있다. 공주 관념에 반하는 공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주로 가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며, 지난 30년 가까이 그래왔다. 각각의 불완전한 캐릭터들이 조금씩 더 인간성을 띄게 된 것은 작품 뒤에 있는 여성들의 노고 덕분이다.
슈러는 모아나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즉각적으로 이해했던 것은 여성 제작진이었다고 말한다. 모아나의 움직임을 계획하던 단계에서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들이 제일 먼저 일어나 포즈를 보여주며 ‘이런 게 전사지’라고 외쳤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홀로 있어도 강인하고 똑똑하며 용감한 모아나는 이전의 디즈니 공주들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다. 바로 그 공주들 덕분에, 더 많은 것을 요구했던 여성들 덕분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